HD현대중공업, 페루 현지서 첫 공동건조 함정 진수…K-방산 수출 방식 넓힌다

HD현대중공업이 페루 현지 조선소와 함께 건조한 해군 함정을 성공적으로 진수하며 새로운 해외 방산 협력 모델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함정을 완성한 뒤 수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설계와 기술을 제공하고 현지 조선소에서 직접 생산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페루 시마조선소에서 페루 해군의 신형 상륙지원함 ‘침보테(Chimbote)함’ 진수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함정은 HD현대중공업이 해외 조선소와 공동으로 건조한 첫 번째 사례다.
침보테함은 HD현대중공업과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가 함께 제작하고 있는 다목적 상륙지원함 2척 가운데 1번함이다. 2번함인 ‘탈라라함’ 역시 이달 초 육상 건조 작업을 마친 상태다.
두 함정은 페루의 주요 항구도시 이름을 사용했으며, 군 병력과 장비 및 물자를 운송하는 것은 물론 군수지원과 재난·재해 발생 시 구호 활동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페루 해군 함정 4척 수주…현지 생산 방식 적용
HD현대중공업과 페루 해군의 협력은 이번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2024년 4월 페루 해군으로부터 호위함 1척, 원해경비함 1척, 상륙지원함 2척 등 총 4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상륙지원함 2척은 페루 현지에서 동시에 제작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선박 설계와 핵심 기술을 제공하고, 페루 시마조선소가 실제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구조다.
현지 조선소에서는 블록 제작부터 선체 조립, 의장 작업, 시운전 등 주요 건조 과정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페루의 조선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하면서 현지 생산 역량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진수식에는 페루 정부와 해군 관계자를 비롯해 한국 측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페루 측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군함 확보를 넘어 현지 일자리 창출과 전문인력 육성, 조선산업 공급망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완제품 수출’에서 ‘기술 협력’으로
이번 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HD현대중공업이 함정을 단순히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사는 함정 설계 및 기술 패키지를 제공하고, 현지 조선소가 생산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건조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현지에서 함정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국가와의 방산 협력에도 활용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함정 사업을 단순 제조업에서 설계·기술·생산체계를 함께 제공하는 엔지니어링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함정 도입국 입장에서는 자국 조선산업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함께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향후 해외 방산 수주 과정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페루와 잠수함 사업으로 협력 확대
양국의 방산 협력 범위는 수상함에서 잠수함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 해군이 도입을 추진하는 1500톤급 차세대 잠수함의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설계가 마무리되면 선도함 건조에 들어가기 위한 협의를 페루 정부 및 해군 당국과 이어갈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침보테함 진수를 계기로 국내에서 함정을 만들어 해외로 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기술 협력과 공동생산을 결합한 K-함정 수출 모델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진수는 페루와의 조선·방산 협력이 실제 생산 단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 호위함과 경비함, 잠수함 등으로 협력 분야가 넓어질 경우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 조선·방산 기업의 사업 기반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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